[비플#7] 서재우 Ngine Studios 대표

친숙한 느낌의 그 분...

서재우 Ngine Studios 대표 (친숙한 버전)

한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비플(Bppl) 인터뷰를 시작한 뒤로는 창업을 일삼는 주변인들로부터 이야기를 청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창업인을 새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특히, 지인들의 경우 창업 경험을 듣는 과정에서 여태까지 몰랐던 면모를 발견하는 색다른 보람이 있습니다.

이런 지인들 중에서도 서재우 Ngine스튜디오 대표는 창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창업인입니다. 학부 시절부터 무언가를 뚝딱뚝닥 만들기를 취미처럼 하면서 그로 인한 수입도 종종 창출하시던(!)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서 대표의 창업 스토리에도 여느 창업인들이 공감할 만한 삶의 내음이 진득히 묻어 나오더랍니다.

한편, 한국에서 게임창업은 하도 많이 회자되어 아무나 다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스타트업이든 ‘하기 쉬운 창업이란 없다’는 점도 확인시켜 주었고 최근 창업열풍에 대해 남다른 관점도 엿볼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문

MO: 엔진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서재우 대표: 기존에 다니던 회사(J2M소프트)가 2008년 EA에 인수되면서 돈을 약간 벌었다. 인수 후 EA코리아에서 근무하면서 게임 분야의 경험치도 쌓이고 ‘내가 직접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워낙 게임개발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J2M 시절부터 마음이 맞던 동료 한 사람과 공동창업을 하게 되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투자를 받아 설립하기 까지 대략 6-8개월이 걸렸다. 첫 창업 도전이라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즉, 한 순간에 창업 결심이 들었다기 보다 예전부터 게임을 좋아해왔고 그러한 열정이 오랜 시간 쌓여서 나온 결과이다.

좀 더 어린시절로 돌아가보면 학부시절 선배가 차린 보안회사에서 병특을 하면서 스타트업계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이래, 넥슨에서 운좋게 카트라이드를 만들었고 그때 돈도 벌고 재미를 느끼면서 일확천금을 노리게 된거다 (웃음).

(MO- 경영대학원 시절 동기 아저씨(?)들이 푹 빠져 살던 그 ‘카드라이더’를 개발한 1인이라니 놀랐다. 근데, 말이야 일확천금이지 고군분투의 세상이지 않나?) 그렇다.

창업이 좀 더 진중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최종 가치 실현(delivering final value)을 위한 팀웍이 중요하다. 창업인으로써 ‘이 세상에서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한층 절실해야 한다…. 해당 분야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속적인 검증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토의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즉, 아이디어를 갈고 닦으면서 구현가능한 단계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콘텐츠 사업의 특성에 대해)

게임은 특성상 히트 기반이라서 다른 비즈니스랑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모바일 앱, 온라인 서비스를 포함한 IT 서비스 벤처는 일단 출시 후에도 고객 피드백 기반에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서비스 보다는 영화나 필름에 가깝다. 즉, 최종 상품으로 한번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점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왜 우리는 초기부터 게임 컨텐츠에 포커스를 했을까?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만 해도 내수시장이 큰 편이다. 글로벌하게 ‘1억 다운로드’가 서비스앱의 성공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여겨지는데 5천만 인구규모의 한국에서는 내수시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 등 서비스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서비스가 경쟁하거나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예시) 왓츠앱이 있어도 스냅챗이 일정 시장을 분할 한다든가 지속적으로 경쟁상품이 도전할 수 있다.

반면 게임은 소진 컨텐츠로써, ‘게임1’을 사용하는 유저가 경쟁사의 ‘게임2’도 사용할 수 있는 등 항상 대체성이 있으므로 한국처럼 작은 내수시장에서도 도전해 볼 만한 분야이다.

징가(zynga)가 영광을 뒤로하고 하락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임 산업은 퍼블리셔와 제작사로 나눠진다. 영화 제작을 떠올리면 쉬울텐데, 제작 관점에서 같은 제작사가 연이은 대박을 내기란 쉽지 않다. IP(지적재산권)를 재활용하긴 하지만 최종 성공의 확률은 보장할 수 없다. 반면, 퍼블리셔는 다양한 게임을 소싱(sourcing)해서 공급하므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징가는 제작사에 가까운 기업이므로 속성상 영속적인 성공은 어렵다. 그런 점에서 게임 제작사가 IPO해서 공모가치 전성기를 유지하기란 너무나 어렵고 기업가치 하락은 당연한 결과이다. 제작사 관점에서는 IPO보다는, 퍼블리셔가 인수를 하는 M&A가 더 좋다고 본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이른 출발을 했다는 점에서 관련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을텐데 게임이 다른 IT창업에 비해 수월한 측면이 있나?

게임업계 초창기에는 MA가 종종 일어났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인수합병 및 상장(IPO)이 활발히 일어나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게임업계가 많이 발전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인 입장에서 고생길을 걸으며 힘든 것은 다들 똑같다고 생각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본다. 채용할 때도 (대기업형 인재에 가까운) 교과서 방식의 엔지니어링 역량보다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에 포커스를 둔다.

창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른 것 같다.

그 분의 새로운 면모

서재우 대표 (‘그 분의 새로운 면모’ 버전)

최근 정부에서 주도하는 창조경제 사업은 ‘창업을 빙자한 취업’에 가까운 느낌이다. 창업이 좀 더 진중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최종 가치 실현(delivering final value)을 위한 팀웍이 중요하다. 창업인으로써 ‘이 세상에서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한층 절실해야 한다. 예전보다는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리스크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실패하면 다른데 취직하지..’라는 생각이 가능해졌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편, 그런 만큼 고민이 부재한 경우를 종종 본다.

또 애매하게 개인사업자 레벨에서 하는 것도 창업으로 묶어서 회자되는 경향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창업은 자본에 독립적이지 않고, 사업계획을 가지고 엑싯(exit)까지 고민하는 사업 형태로 봐야한다. 요즘 모바일 플랫폼 등 기술 환경 변화로 다양한 형태의 1인 비즈니스가 가능해졌지만 이런 개인사업자 형태로 펀딩을 받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사람을 본다고들 하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 ‘저희는 사람을 보고 투자합니다‘) 그것도 잘 들여다 보면 개인의 역량보다 ‘팀 구성’을 확실히 중요하게 본다. 개인보다는 창업팀으로써 사업 아이디어를 얼마나 자주 피벗팅(pivoting)해 최대한 빨리 현실화할 수 있는가 하는 일종의 ‘양적인 측면’이 특히 강조된다. 앞서 말했듯이 팀웍이 중요한데 개인으로 무언가를 시작해서 마음에 맞는 팀원을 만나는게 쉽지 않다. 표면상 네트워킹 이벤트가 아무리 활성화 되었더라도 공동창업자를 찾는다는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MO-  Oneforty 창업자인 Laura Fitton은 기술적 배경 없이 트위터 앱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핏칭, ‘카리스마 내지는 집념’ 하나로 Tech Stars에 합격한 싱글맘이다. Tech Stars에서 만난 엔지니어들을 영입, 트위터 앱 마켓플레이스를 창업한 이야기는 창업자의 집념과 아이디어의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에서도 아주 간혹 찾아볼 수 있는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창업팀을 뭉뚱그려 보기 보단 개인 하나하나에 역점을 두는 한미 문화의 차이가 잘 나타난 사례이기도 하다.)

한 순간에 창업 결심이 들었다기 보다 예전부터 게임을 좋아해왔고 그러한 열정이 오랜 시간 쌓여서 나온 결과이다.

개인적으로, 팀웍 외에도 어떤 자질이 창업인으로써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자신이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이런 저런게 불편하기 때문에 창업을 한다’는 수준으로는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에 부족하다. 해당 분야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속적인 검증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토의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즉, 아이디어를 갈고 닦으면서 구현가능한 단계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멘토가 있었는지?

J2M때 창업 했던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본엔젤스의 송인애 파트너께도 창업자로 성장하는데 많은 조언을 받았다.

창업한다고 했을때 친지 및 주변의 지원을 받으셨는지.. 

J2M의 EA 피인수때 벌어놓은 자금이 있어서 생활에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하는데 크게 저항이 없었고 창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를 유치받아 창업 초기에도 따로 지인을 통한 금융 지원을 받은건 없다. 그런 점에서 창업하기 전에 (또는 지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셋업을 해두는게 중요하다.

창업인으로써 가장 힘든 위기상황이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지.. 

매 투자 라운드와 퍼블리싱 라운드라는 허들을 넘어야 회사가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투자 라운드에서는 초기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벤쳐스코리아의 심사역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아직 게임 출시전이지만 회사가 3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어쨰든 적절히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후 게임 런칭을 위해서 달리고 있다.

솔직히 ‘이번에 실패한다면 그냥 다른 게임회사에 취직할지, 또 창업에 도전할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런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하나?

사업의 관점이 아닌 게임 개발자의 관점에서 현역으로 남아있을 때까지는 게임 개발 작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 게임이라는 컨텐츠 비즈니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창업 경험을 발판으로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 잘 되지 않으면 다시 수련을 쌓아야 할 것이다.

창업인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수면 등 생활리듬을 균형잡기 위한  팁을 공유해달라.

런칭 등 마일스톤에 맞춰 체력과 지력을 소모하면서 제작하는 게임개발 프로세스 특성상, 균형잡힌 일상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마일스톤 이후에 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달리는 형태로 장기적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MO- 번외로, 필자는 비디오 게임 관전을 좋아하고 특히 UBSoft의 Assassin’s Creed시리즈를 즐기는 편이다. 서재우 대표가 가장 즐기는 게임을 물으니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쉬 소다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VC와의 경험을 묻고 싶다. 기술 창업인 출신 VC들이 많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어떤가?

기술 창업 배경을 갖춘 VC는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네오위즈 및 첫눈 창업자, 첫눈 NHN에 매각)가 대표적인데, 업계에 이런 분들이 아직 많진 않지만 점차 배출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 VC는 컨설팅, 은행 출신이 많은 터라 기술의 혁신성에 기반한 투자 보다는 트렌드나 금융 수익 중심의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 비해, 소프트뱅크는 시드펀딩(seed funding) 단계부터 시리즈 B, C 이후 단계에 걸친 투자를 통해  거시적인 투자를 종종 하는 편이다.

(MO 주- 소프트뱅크는 엔진스튜디오 외에도 비플 #2- 김서준 부대표의 노리(KnowRe)에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프로그래머들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시는지? 종종 한미 프로그래머들을 비교하는 한인창업자들의 코멘트들을 접해왔던 터라 코딩하는 분들을 만날때마다 이 부분을 자꾸 캐묻게 된다. (주- 코딩하는 배우자를 두고 있어서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하는 방식이나 협업문화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프로그래머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EA 재직때 경험상 미국은 여러 다른 소스코드도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잘 조화시켜 최종제품을 내놓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프로그래머들은 일종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한 기능을 최적화해서 만드는 편. 장인용 식칼과 일반 주방용 식칼의 최적화된 사용법이 다르듯, 비교하자면 우리 프로그래머들이 하이엔드 프로덕트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반면, 실리콘밸리 쪽은 GitHub의 예처럼 오픈소스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고 소비자 시장에서 가벼운 언어로 빠르게 구현하는 쪽으로 발달되어 있는 듯 하다.

어쨌든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본다. 채용할 때도 (대기업형 인재에 가까운) 교과서 방식의 엔지니어링 역량보다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에 포커스를 둔다.

또 회사 프로필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 기획 전원 개발을 지향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류, 개인의 능력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나와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기업문화를 평면적이고 자유롭게 운영하고 싶으나 이상과 현실이 달라 벽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토론식 vs. 주입식교육문화의 차이가 크듯이 (후자 쪽인 우리는) 연장선상에서 상명하달식 기업 문화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그 만큼 조기교육 단계부터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경직된 비즈니스 문화는 바뀌기가 참 어렵다.

게임 출시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엔진스튜디오의 ‘수신학원 아르피엘'(출시예정)

올해 하반기 오픈베타를 앞두고 있으니 출시일정이 확정되면 알려주겠다. (참고기사- 넥슨 신작 RPG 게임 ‘프로젝트AX’ 출시, 엔진스튜디오와 협약)

(MO- 순전 우연이겠지만, 저 ‘카일’이라는 캐릭터 – 저희 둘째랑 이름이 같아서 얼마나 멋진지 직접 플레이를 안할 수가 없겠네요!)

덧붙여

좋은 이야기 들려주신 서재우 대표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비플(B*ppl) 인터뷰에 대한 문의사항 및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메인메뉴의 “Your Story(들려주세요)“를 활용해주세요.

Leave a comment